차용증쓰는법, 돈 빌려줄 때 꼭 넣어야 할 항목과 작성 방법

얼마 전 지인이 가족에게 큰돈을 빌려주게 됐다며 차용증을 어떻게 써야 하냐고 묻더라고요. 가까운 사이일수록 “설마 문제 생기겠어?” 하고 넘어가기 쉬운데, 막상 돈이 오가면 기억이 서로 다르게 남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차용증은 상대를 못 믿어서 쓰는 문서라기보다, 서로 같은 약속을 보고 가자는 안전장치에 가깝습니다.
차용증은 무엇을 증명하는 문서일까
차용증은 돈을 빌려준 사람과 빌린 사람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얼마를 언제 어떤 조건으로 갚기로 했는지를 남기는 문서입니다. 법적으로는 금전소비대차 계약 내용을 적은 문서라고 보면 됩니다. 민법상 돈을 빌리면 같은 금액을 돌려줘야 하는 관계가 생기는데, 나중에 다툼이 생겼을 때 말보다 문서와 계좌 기록이 훨씬 강합니다.
예를 들어 500만 원을 현금으로 빌려주고 “다음 달에 갚기로 했다”는 말만 남겼다면, 상대가 “그건 받은 돈이지 빌린 돈이 아니다”라고 해도 입증이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차용증에 금액, 지급일, 상환일, 이자, 서명까지 남기고 계좌이체 내역도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차용증쓰는법 기본 항목
양식은 꼭 복잡할 필요 없습니다. 다만 빠지면 곤란한 항목은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금액은 숫자와 한글을 같이 적는 것이 좋습니다. 10,000,000원 옆에 금 일천만 원이라고 함께 쓰면 0 하나가 늘거나 줄어드는 실수를 막을 수 있습니다.
-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름,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
- 빌려주는 금액과 실제 지급일
- 돈을 준 방식, 계좌이체라면 입금 계좌나 거래 메모
- 상환일, 일시상환인지 분할상환인지
- 이자율, 이자 지급일, 무이자라면 무이자라고 명시
- 연체 시 지연손해금 또는 처리 방식
- 작성일, 채권자와 채무자의 서명 또는 날인
실제로 문장으로 쓰면 이렇게 간단합니다. 채무자 김OO은 채권자 박OO에게 2026년 9월 20일 금 일천만 원을 차용하고, 2027년 9월 20일까지 원금을 상환한다. 이자는 연 5%로 하며 매월 말일 지급한다. 이런 식으로 누가 읽어도 같은 뜻이 되게 쓰는 게 중요합니다.
이자와 상환일은 애매하게 쓰지 않기
차용증에서 가장 자주 싸움이 나는 부분이 이자와 갚는 날짜입니다. “형편 되는 대로 갚는다”는 표현은 친근해 보이지만 문서로는 약합니다. 2027년 3월 31일까지 전액 상환, 매월 25일 50만 원씩 분할 상환처럼 날짜와 금액을 딱 적어두는 편이 낫습니다.
이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이자로 빌려줄 생각이라면 무이자라고 써야 합니다. 이자 약정이 없는데 나중에 이자를 달라고 하면 이야기가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되는 민법상 법정이율은 약정이 없을 때 연 5%가 기준이지만, 모든 상황에 자동으로 편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처음부터 이자 유무와 지급일을 적는 게 깔끔합니다.
또 개인 간 금전대차에서 지나치게 높은 이자를 약정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이자제한법 기준으로 최고이자율은 연 20% 수준입니다. 이를 넘는 부분은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급한 돈이라고 해서 과한 이자를 적는 방식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가족 간 차용증은 세금 증빙까지 생각하기
부모와 자녀, 형제 사이에서는 차용증을 더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집값, 전세보증금, 사업자금처럼 금액이 커지면 세무상 증여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국세청이나 세법 기준에서는 종이 한 장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빌린 돈인지, 이자를 냈는지, 원금을 갚았는지까지 함께 봅니다.
2026년 현재 세법상 특수관계인 간 무상 또는 저리 대출은 적정 이자율과 실제 이자의 차액을 따져 증여 이익을 계산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에서는 기준금액 1천만 원이 등장하고, 관련 규칙상 당좌대출이자율은 연 4.6%로 확인됩니다. 다만 세금은 금액, 기간, 관계, 상환 능력에 따라 달라지니 큰돈이라면 세무사 상담을 한 번 거치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가족 간 거래라면 계좌이체로 돈을 보내고, 매월 이자도 계좌로 주고받는 식으로 흔적을 남기는 게 좋습니다. “엄마한테 빌림”, “9월분 이자”처럼 거래 메모를 남기면 나중에 흐름을 설명하기 쉬워집니다.
공증과 보관까지 챙기면 더 단단해진다
차용증에 서명했다고 해서 바로 상대 통장을 압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 차용증은 중요한 증거가 되지만, 강제집행까지 바로 가려면 보통 별도 절차가 필요합니다. 공증사무소에서 금전소비대차 공정증서를 만들고 강제집행을 승낙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들어가면, 상황에 따라 소송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금액이 크거나 상환 가능성이 걱정된다면 단순히 차용증만 쓰기보다 공정증서를 고려할 만합니다. 단, 서명 사실을 확인받는 정도의 공증과 강제집행 문구가 들어간 공정증서는 효력이 다를 수 있으니, 공증사무소에서 목적을 분명히 말해야 합니다.
보관도 은근히 중요합니다. 원본은 채권자가 보관하고, 채무자는 사본을 갖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수정한 부분이 있다면 두 사람이 함께 확인하고 옆에 서명하거나 날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사진만 찍어두고 원본을 잃어버리면 아쉬운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돈보다 관계를 지키는 문서
차용증을 쓰자고 말하는 순간 어색해질까 봐 망설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솔직히 그 마음도 이해됩니다. 그런데 돈 이야기를 흐릿하게 남겨두는 것보다 처음에 또렷하게 적는 쪽이 관계를 덜 다치게 합니다.
작은 금액이라도 상환일과 계좌 기록은 남기고, 큰 금액이라면 이자와 공증까지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차용증은 차갑고 딱딱한 문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의 기억을 대신해 주는 꽤 현실적인 약속장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