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히오 두세 그림을 더 깊이 읽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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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히오 두세 그림을 더 깊이 읽는 방법

얼마 전 아이가 책을 읽는 그림을 봤는데, 눈길이 오래 머문 곳은 아이가 아니라 바닥의 그림자였다. 세르히오 두세의 그림은 이런 순간을 만든다. 처음에는 단순한 일상 장면 같다가, 그림자나 작은 물건 하나를 발견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림을 오래 보는 일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의 작품에서는 눈에 보이는 장면과 그 뒤에 숨은 장면을 차례로 읽어보면 된다.

먼저 누구의 그림인지 알고 보기

세르히오 두세는 스페인 사라고사 출신의 그림 교사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사라고사시가 2016년 그의 책 『Yo, Runner』 출간 행사를 소개하며 공개한 이력에는 산업공학을 공부했고, 2011년 교육 혁신 관련 상을 받았다는 내용도 나온다. 달리기와 철인 3종 경기 경험을 그림과 글로 풀어낸 책 제목은 그가 사용하는 계정 이름과도 이어진다.

그런데 지금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작품은 운동 장면보다 가족, 어린 시절, 교육을 다룬 그림일 것이다. 스페인 매체 텔레싱코와의 인터뷰에서 두세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사 생활과 주변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교실이나 집에서 흔히 볼 법한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작가의 이력을 다 외울 필요는 없다. 다만 그림 속 아이와 어른을 볼 때, 그가 일상에서 가까이 관찰한 관계를 그리고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좋다.

눈에 보이는 장면을 먼저 읽기

두세의 그림을 볼 때는 그림자에 곧장 답을 찾으려 하기보다, 먼저 사람과 물건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는 편이 재미있다. 누가 앉아 있는지,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두 사람 사이에 무엇이 놓였는지 확인하는 식이다. 선이 적어서 금방 다 본 것 같지만, 그 몇 가지 정보가 뒤에 나올 반전의 바탕이 된다.

예를 들어 텔레싱코가 소개한 작품에는 텔레비전을 보는 아이와 책을 읽는 아이가 나란히 등장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익숙한 두 활동을 비교한 그림이다. 그런데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까지 보면 책을 읽는 쪽에는 성과 공룡, 우주선 같은 상상의 풍경이 펼쳐진다. 화면 속 인물의 행동을 먼저 알아두었기에 그림자가 만들어 내는 차이가 더 선명해진다.

모든 작품이 숨은그림찾기처럼 한 가지 답을 품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첫눈에 뜻이 잡히지 않아도 괜찮다. '무슨 말을 하는 그림이지?'보다 '내가 처음에 본 것은 무엇이지?'라고 생각하면 작은 요소를 놓칠 가능성이 줄어든다.

그림자가 바꾸는 이야기를 살피기

두세의 작품에서 그림자는 물체의 모양을 그대로 복사하지 않을 때가 많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 대신 상상, 기억, 시간이 흐른 뒤의 모습 등을 보여준다. 텔레싱코와의 인터뷰에서 작가도 그림자로 또 하나의 현실을 표현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 말을 알고 보면 그림자는 장식이 아니라 그림 속 두 번째 문장처럼 느껴진다.

읽는 순서는 간단하다. 먼저 실제 장면을 짧은 문장으로 말해본다. 다음에는 그림자가 보여주는 장면을 따로 말해본다. 두 문장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는지 찾는다. 사람이 달라졌는지, 시간의 앞뒤가 바뀌었는지, 마음속 모습이 나타났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같은 그림도 보는 사람의 경험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가령 부모와 아이가 있는 그림을 보고 한 사람은 성장의 기쁨을, 다른 사람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의 짧음을 떠올릴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그림 속 장면을 근거로 이야기한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감상이다. 작가 역시 자신의 의도와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음을 인터뷰에서 인정했다. 뜻을 맞히는 시험처럼 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마음에 남는 그림을 오래 즐기는 방법

작품을 보고 곧바로 넘기기 아쉽다면 마음에 걸린 요소 하나만 기억해 두면 된다. 아이의 자세, 어른의 시선, 그림자의 모양처럼 구체적인 것일수록 좋다. 며칠 뒤 다시 봤을 때 처음에는 웃겼던 장면이 조금 쓸쓸하게 보일 수도 있다. 내가 달라진 만큼 그림에서 읽히는 감정도 달라지는 셈이다.

아이와 함께 본다면 설명을 길게 붙이기보다 '그림자에는 뭐가 보이니?'처럼 관찰을 돕는 말 한마디가 자연스럽다. 어른끼리 봐도 마찬가지다. 각자 처음 본 부분을 말해보면 같은 그림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다만 작품을 다른 곳에 공유할 때는 작가 이름과 계정 이름인 요 러너를 함께 밝혀 원작자를 찾을 수 있게 하는 편이 좋다.

세르히오 두세의 그림이 오래 남는 건 복잡한 기법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어서가 아니다. 누구나 아는 일상에 한 겹의 상상을 더해, 이미 지나친 장면을 다시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음 그림에서는 사람보다 그림자가 먼저 눈에 들어올지도 모르겠다.

세르히오 두세 그림을 더 깊이 읽는 방법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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